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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2016. 7. 6. 17:35

속이 메슥거렸다.
병원을 가려던 것도 포기하고 곧장 집에 가기로했다.
뛸 수 없어 정류장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동안 눈앞에서 버스 두 대가 지나쳐갔다.

젠장.

다음 버스까지는 15분을 기다려야하는데, 그만큼 기다릴 여력이 없었다. 얄팍한 통장잔고를 생각하며 고민했으나 몸이 중하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콜택시 번호를 눌렀다.

나를 데리러온 중년의 택시기사는 새련된 풍채에 상당히 멀끔한 인상이었으나, 택시에는 담배냄새가 베어있어 미간이 찌푸려졌다.

후아우트 지역 택시인가요?

아니요 후인 택시입니다.

아차.
타지역 택시를 타면 할증이 붙는데 난 체크도 하지않고 마냥 택시를 불렀다. 두배로 신경질이 솟았다. 젠장젠장.

손님 서른명을 태운 버스보다 30배 빨리는 아니어도 승객 한 명으로 가볍게 달리는 택시는 슝슝 날아 고속도로 위를 날았다.
계절이 깊어져 초록색 어린 가지가 솟는 가로수를 지나 약간 어색한 밝은 날의 귀가 고속도로 풍경을 멍하니보며 한 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싶다고 연거푸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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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배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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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Space 2016. 7. 5. 14:30

멈출 생각이 없다.
잠시 머뭇 했던 순간
언제있었냐는 듯

당황스럽게 미래를.
스스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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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배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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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너건너 아는 지인이 몇 년 전 어떤 남자를 소개받았다.

소개팅에서 만난 그 남자는 정말 만나본 이래 가장 직설적이고 리드하더란다. 다르게 말하면, 너무 자기 마음대로 하고 할말 안할 말 가려서 하지도 않아 기분이 나빴던 것이 한 두번에 아니라고 했다.

선으로 만난 터라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만났을텐데, 그래서 남자가 물어보더란다.

-언제 결혼을 하고싶으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하고싶다.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다.

남자가 깜짝 놀라며, 왜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느냐고 했다. 본인의 형이 아직도 노총각이라 자기는 그렇게 되기 싫다며, 덧붙이는 말이,

당신 나이를 생각해라.
그렇게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시 스물아홉의 언니는 충격을 받아하며 분개했다.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

당시 언니와 비슷한 나이가 된 나는 그 때의 언니에 나를 대입시켜봤다.
나도 정말 철없이 사랑운운하며 손 놓고있는건가.


2.
패션 뷰티브랜드에 다니는 지인의 소개로 면접 기회를 얻었다. 이 소식을 들은 그 회사에 다니는 또다른 언니에게서 난데없이 전화가 왔다.

-내가 웬만해서 이렇게까지 얘기안하는데 너 거기 절대 가지마라!! 헬오브헬이다!!!

하아아..

시장조사하러온 매장 앞에서 전화기를 붙들고 한참을 있었다.
나한테 맞는 것을 찾아내기엔 아직은 때가 아닌건가?

-네가 정 원한다면 면접까지 보는건 안말리겠지만 그 부서와 그 팀장 밑으로 들어가면 네 생활은 없을지도 몰라. 지금 잘 다니는 정직원 칼퇴회사 버리고 와서 네가 후회할까봐 겁이 난다. 네 말대로 와서 고생해도 곧 다른 좋은 부서에 배치될 좋은 운을 기대해보고싶다.

잘 맞는 회사에 가는 것도 결혼과 비슷하다고 하던데- 이런 안개처럼 알 수 없고 타이밍이 절반이상인 도박같은 선택이라니.

마음이 복잡.


3.
그렇게 곧 면접 볼 브랜드 시장조사를 위해 백화점에 왔다. 지하에서 식사를 하는데 어떤 남자분이 다가와서 결혼정보회사를 소개하며 내 이름을 물어갔다.
학교와 이것 저것을 듣더니 아주 좋아하며 명함을 주고 가더라.

며칠전 만난 친구가 그랬다. 넌 선으로 사람만나라. 까다로운 나의 조건에 맞추려면 선을 봐야하지않겠느냐며.

그러던 와중에 노블레스 클럽이라니.
이것은 뭔가 절묘한 타이밍인가? 나는 지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인생의 전환 기회를 잡은건가?
아니면 컨설팅비를 받아내려는 달콤한 상술, 그도 아니면 애꿎은 나의 개인정보를 털린 것인가.

정말 백마탄 왕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꿈꾸는 달콤한 결혼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로부터 소개팅이라니 조금 기대하게 되잖아.

설레는 동시에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복잡한 기분.
묘한 생각이 드는 밤.




무엇이 되었던 재미있는 기억이 될 날인 것 같아.


집에돌아오는 길엔 천천히 걸으며 음악을 반복해 들었다.



Home -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
정류장 - 버스커 버스커
내일 - 한희정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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