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Space 2016. 4. 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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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무척 바쁜 회사에 다닐적엔 늘 작은 수첩을 들고다니며 수시로 메모를 하고 to-do list를 적어돌아다녔다. 눈​코뜰 새 없이 너무너무 바쁜 곳이었고, 대고 쓸 생각따위 할 수 없이 정신없던 환경이라 안에 메모들은 겨우 알아볼 수 있을정도의 악필이다.



열심히 하려 노력했던 지난날의 열정을 발견할 땐 참 파릇하게 빛났던 내 자신이 예쁘고 자랑스럽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또, 군데군데 피폐해지지 않으려고 시구절을 써놓거나 읽고싶은 책을 리스트업해놓는 등 나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흔적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느때보다도 심적으로 힘들었던 때가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생각보다 어리고 여렸던 나는, 인간관계를 잘 쌓고 지내왔는데, 마지막 회사을 나오기 전 작은 실수로 의도치않은 오해를 받으며 그간 쌓아왔던 신뢰와 좋은 평판이 무너졌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때에 겹쳐서 제대로된 해명과 수습도 못하고 회사를 나왔다.

매순간을 진심으로 대해왔건만 사람들에게 오해로 상처를 입힌 것에 미안한 마음으로 나도 큰 상처를 입었고, 가슴아픈 감정들이 뒤범벅이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게할만한 물건들은 모두 치워버렸다.


그러던 오늘, 서재에 10년도 더된 영어책과 구닥다리 토익책들을 정리해야겠다 생각하며 먼지덮힌 책들을 들춰보는 사이에 껴있는 이 꼬마수첩 두개를 발견했다. 옆에 계신 아버지는 버려도되는지 모르는 것들을 모아둔 책장이라고 덧붙이셨다. 정말 좋아하는 토닥토닥의 일러스트수첩은 정말 아꼈던 아이들인데.. 표지를 봐도 기쁘지 않다니..



오해를 불러일으킨 나의 부족함을 사과할 재주는 없었다.
해명이고뭐고를 할 시기는 지난지 오래다.
작은 오해로 떠날 사람이라면 진즉에 떠날 인연이라고 애써 나를 위로했지만 마음이 아린 것을 어쩔 수가 없었고, 때문에 나는 몇년이 지난 오늘도 같은 감정을 부여잡고 눈이 부을 것 같은 얼굴을 참고있다.



어찌해야할 지 몰라 다시 넣어둘지,
혹은 아는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제대로 알리고자 문제의 그 sns에 글을 써 마음을 전할지 고민을 하고있다.



우연히 마주친 이 수첩으로 마음이 편해질 기회를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용기가 필요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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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배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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