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고 고대하던 옛 PT선생님과 비밀훈련 스타트!
미세먼지가 많으니 뛰지 말라는 주변 사람들 말은 듣지 않기로 했다. 첫날부터 핑계대기시작하면 끝도 없다 생각해서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ㅋㅋ제일 힘든건 일어나기.) 갔다.
아침 8시30분까지 집앞 공원에서 모여 능선을 따라 산을 뛰고 트랙에서 50미터 골반 유연성 훈련, 마지막은 런지 100미터.
산을 뛸 때엔 오르막에선 뛰고 내리막에선 옆으로, 뒤로, 혹은 지그재그로.
한시간 반을 했더니 뿌듯하게 집에 돌아왔다.
선생님께 연락드려서 훈련시켜달라고 한 보람이 있다. 별것 없는데도 몸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리시는 분이다. 런지 100미터 하고 일어서는데 허벅지가 burning한다는 말이 정말이었다. 타는 것 같았어. 이렇게 태릉선수촌 출신 샘의 비밀훈련으로 다져지면 뭔가 달라지겠지?
농땡이만 안피우면 되지않을까 하는 (다소 게으른) 생각. 뭐 난 선수는 아니니까 재밌게 해야징.


후다닥 집에서 다시 이태원으로 오빠를 만나러!
늦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큰 맘 썼다!) 갔는데 오빠는 내가 늦는다는 말에 세차를 하고와서 내가 먼저 가서 으쓱대며 기다렸다. (지하철 타고갔을 시간에 만난건 안 비밀 ㅠ 내 카드 놓고가서 엄카긁은것도 안 비밀 ㅠㅠ 이런 타이밍쟁이..ㅋㅋ)




아침 운동으로 몸이 나른하고 (거리에 사람도 없어 시각적으로도 지형적으로도) 추워서 따뜻한 국물 먹으러 분짜라붐으로!
가는 길에 카카오 프렌즈에서 신제품이 나왔는지 사람들이 줄서있었다.
분짜라붐도 우리가 먹고나오니 줄이 한 길이었다. 럭키~!
분짜라붐에선 분짜가 생명, 쌀국수는 기본을 먹어보고싶다 다음엔. 차돌쌀국수가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차돌 맛때문에 원래 쌀국수 국물맛이 어떤지 궁금하거든.
어쨌든 이태원맛집, 사람들 많이가는덴 이유가 있더라. 게다가 깔끔하기도하고.
(베트남에선 천장에 등을 달 때 소쿠리를 등 갓으로 쓴다고 한다. 오빠는 아는 것도 많다. 여기는 모자 갓을 철로 만들어 예쁜 갓을 씌웠다.)




조금 일찍 나와 돌아다니니 음식점도 카페도 노는 곳도 사람이 덜한 타이밍에 들어가게 된다.


분짜라붐에서 바로 보이던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도 그랬다.
지나가며 사진만 찍었는데 들어가보니 와우!!
우리 오니짱은 레트로, LP, 60s~음악을 아주 좋아해서 한국에 오면 여기 꼭 같이 오자고 하고싶다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좋아하는 음악은 아주 행복하게 듣지만 이렇게 엘피판이 주루룩 있는 공간에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다. 물론 예쁜 LP턴 테이블과, 복층으로 꾸며져 정말 도서관 같은 디자인의 공간에 멋지고 알록달록(중요하다. 나의 취향 저격의 다양하고 복잡한 디자인 패턴의) 바이닐 앨범 자켓을 벽에 장식해 놓은 것이 아주아주 행복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인스타에 올리든 소장을 하든 하려고 사진을 찍는데 다 담지 못해 아쉬웠지.
LP판을 바이닐이라고 부르는게 신기했다. 이 쪽의 용어는 잘 알지 못해 약간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거기 앉아있는 일반인들보다야 난 훨씬 이쪽에 익숙하다. 왜냐면 아직도 가끔 클래식 음악을 LP로 듣는 집에 살고있기 때문에.
오빠는 LP플레이어가 신기한지 계속 어린애처럼 버튼을 누르고 속도를 늦췄다 높였다 신이 났다. 아우 ㅋㅋ 옆에서 보는데 어찌나 산만하던지.


알고있겠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옛날LP판이 있을만한 아티스트를 생각해보려고했는데.. 그게 잘 안되서 아무렇게나 C자 레이블링을 보고 카펜터즈를 골라왔다. 결국 실패. 내가 좋아하는 곡은 없었다.


오빠가 듣고싶어했던 크랜베리 앨범은 전부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그래서 신청곡으로만 들을 수 있는 것 빼고 남은 LP판 하나를 냉큼 가져왔는데
무려...판이 노랑색이었다!!!!! 으아악
이런 횡재가!!
* 새로운 경험치 +1 상승
아크릴 판에 노랑색이면 굉장히 싸구려같은 재질이 상상될지 몰라도 이건 절대 그렇지 않다. 단단하기와 반투명한 색상 등 너무나 예뻐서 궁금하신 분은 이태원 한강진역 근처 현카 라이브러리를 가보기를 추천한다.
이 신기한걸 봐서 오늘 내내 기분이 좋았던데 일조했다. (어린애)
크랜베리 음악은 (기린이 종종 그렇듯) 몇곡 빼고 별 흥미가 없다. 오빠가 헤드폰을 끼고서 인스타를 켜고 재미있는걸 보여줬을땐 아주 기뻤다.
그렇게 카디건스의 Carnival까지 듣고 30분 시간한정이 다 되었을 때엔 비틀즈를 못들을 줄 알았다.
오빠는 비틀즈가 별로인것 같다. (자기네 운동팀 이름도 비틀즈에서 따왔으면서.-_-) 내가 판 하나를 바꿔오자고 졸랐는데 들어주질 않길래 몰래 신청곡으로 하나를 띄워놨는데, 당최 나오지를 않는것이었다.
사진 찍자는 핑계로 빈둥빈둥 돌아다니며 시간을 끌어도 안나오고 다른 이상한 음악만 나오던 차에 오빠가 결구 엘레베이터 앞에까지 끌고왔다.
오빠한테 그 곡을 꼭 들려주고싶었는데, 아쉬워하는데 한참동안 안내려오는 엘레베이터앞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 비틀즈를 누가 틀었네!
누가 틀었을까?


아마 내가 한걸 알면서 그냥 웃었는지 모른다.


목이 말라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키는데 '모르게쒀요' 하길래 반응이 없었더니 오빠 눈이 왕따시만하게 커진다.
너 요즘사람이 나몰라패밀리도 모르면 아재소리 들어.
(나 아저씨 아닌데.)
그리고 보여준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ZYmjdhlv2k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이 재밌는걸 이제 알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가 한번 따라하는데 정말 기가막히게 똑같이 하길래 뭐지? 이사람 집에서 연습하고 나한테 보여주나? ㅋㅋㅋ 싶었지만 그 말은 안하고 엄청 웃었더니 여러번 하더라.
(나몰라 패밀리 이름 기억이 안나서 구글에 대학로, 웃긴공연, 아디다스 다 쳐보고 검색해서 찾아냈다. 내가 본 영상이 아디다스여서 다행이야. 이게 젤 웃긴거같거든.)


암튼 그다음엔 나이키, 언더아머 등등을 잠시 들렀다 오늘 이태원으로 이끌어준 전시를 보러갔다.


후아... 전시이야기를 하러 이 글을 시작했는데 앞에 하고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밤 12시가 넘었다 ㅜㅜ




나이키에 들어가서 전 직원이 우리 커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캐닝한 이야기와 언더아머에 갔다가 눈길을 빼앗긴 레깅스와 USA에디션에 지갑이 조금 위험했던 이야기는 뒤로 하고
어쨌든 이태원의 오빠 친구분이 연 전시회 이야기는 내일 할까?
흠. 첫날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클럽이 많은 골목 (뭐라고 해야할지 모른다. 그냥 다 알아들으실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머리카락 연장을 한 새다리를 하고 빼빼마른 여자가 지나가길래 오빠, 머리를 붙이면 저런 모양이 되, 하고 말했더니 오빠는 대답했다. 저 사람 트랜스젠더야..... 0_0 !!!!!!
....신기한 것 연속인 이태원.)에 정말 알아보기도 힘든 쪽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박하사탕같이 마음이 환해지는 멋지고 아늑한 전시공간이 있었다.


"친구분이 멋진 분이네요."


회사를 다니며 피폐해진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퇴근하고 짜투리로 1시간이든 잠깐이든 집앞 산, 공원등을 조금이나마 '여행'하면서 힐링을 하셨다고 한다. 그 연장선에서 지금의 자신을 발견했지않을까 (책을 조금밖에 안읽어서 잘은 모른다. 정말 책을 사야겠다.) 그 분의 책 발간을 맞아 연 전시인데 함께 들어간 삽화가 정말 좋아하는 포근한 그림이어서 더욱 좋았다.
인생을 즐겁게 항해를 하는 요트 선장인 그 분을 따라 나도 매일매일 여행을 하고있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더욱 마음에 들었던건 커피, 티만 주는 다른 평범한 곳과 달리 거긴 술을!!! 원하면 주시는것이다.
커피 뭐드실래요 가 아니라 드시고싶은것 하나 고르시라고 ㅜㅜ
물론 우리는 술을 주시는데 종류까지 따질만큼 picky하지않다. 그냥 따놓은거 거 아무거나 주세요 하고 쿨하게 말했지만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는 것,
그래서 더욱 기분좋은 항해를 함께했다.
도슨트가 없지만 그분의 말씀을 따라 기분좋게 낮과 밤(은 짦았다. 눈을 감고있었기때문에) 바다를 여행하고온 기분이었다. 나도 돌아보니 오늘은 하루종일 멋진 여행을 하고왔다고 말하고싶다.


여행을 할 때에는 그게 여행인줄 모른다.
집에 돌아오고나서야 그것이 행복이고 떠났던 삶임을 깨닫는다.
그런 매일매일의 자극이 난 참 좋다.
그래서 오늘의 전시가 짧고 작았지만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그 분의 책을 사지 않았는데, 내가 돈이 없어서 ㅠㅠ 사달라고 말을 못했다. 내일 말해서 한 권 사고싶다 말해둬야지. (+ to do list) 그 분께서도 기뻐하실거다. (삽화가 예쁜건 덤!!)




그렇게 전시를 나와서 바클라바를 샀다.
애리조나에 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노래를 불렀다. 헤이든 라이브러리 지하의 바클라바를 사주세요.
평생의 몇개 안되는 소원이라면 소원인데 아무도 안들어줘서 그냥 사먹었다. 물론 맛은 다르다... 기별도 안가지만 조금의 위로는 되었던건 그 때만큼 꿀이 들어있는 맛은 아니지만 어떤 곳에서 파는 것 처럼 설탕 덩어리이거나 뇌가 저릴 것 같이 달게 만들지는 않아서.
다음에 또 생각나면 그 집을 가야겠다.
늘 그렇듯 가게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공간지각능력은 좋다.) 트랜드젠더골목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편에 떡볶이집을 지나서 있는 한국인 아저씨가 경영하는 곳이다. 월넛과 rosa를 추천.







그리고 내가 오빠를 화나게(?) 한 벌로 오늘 저녁은 김밥으로 때워야했다. ^^
부끄러운 마무리.


오빠가 신세계를 경험한 이야기가 따로있는데, 이건... 다음에...
기억을 까먹을 것 같아 조금 걱정되지만 음. 이 이야기는 괜찮을거야.
게다가 언젠가는 한 챕터를 두고 글을 쓸 소재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운동을 그렇게 하면서 일찌기 왁싱을 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했다.
나야말로 고충을 더 일찍 털어놓았다면 벌써부터 하라고 권했을텐데.


아무튼 그렇게 서로가 더 좋은 내일을 맞이하기를 바라면서 훈훈하게 사랑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오늘을 마무리했다. 오빠는 피곤한 와중에 멀리 사는 나를 데려다주고 집에서 또 일을 한 것 같은데, 오늘 같이 많이 사랑받고 서울 곳곳을 누비고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느낀 날의 기분을 적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하고 11시에 자려던 것이 밤 12시반이 넘어가고있어 몸이 나른하고 피곤한데 이렇게 뿌듯할수가 없다. 그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안되지.
내일도 얼마나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있는데. (월요일의 일기는 별로 즐겁지 않을지 모른다. 헉. 쓰다보니 일이 생각났다 ㅠㅠ 아웃룩을 봐야하나? 에라 몰라.)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도록 내일부터는.. 좀 짧게 써볼까?
어떻게 할지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기린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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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배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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