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산하고 3일째이다.

날짜는 늘 가물가물한데

유산은 화요일이었으니, 오늘은 금요일이니 아무튼.

첫날엔 몸이 가벼웠는데 아마도- 수액이니 뭐니 잔뜩 몸에 꽂아대고 집어넣어서

괜찮았던건가보다.

 

어제부터 몸이 그렇게 물 먹은 솜처럼 무겁더니

오늘은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그렇게 피로하다. 1분정도 서있는 것도 힘들어서

의자와 스툴을 찾았다.

 

그래서 침대에 걸핏하면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침대에 누우면 그렇게 별 생각이 많이 난다.

 

어머님과, 남편과.. 코리와..

 

 

방금은 그런 생각이 났다.

 

서운했던 것 중 하나인데,

결혼할 때 우리는 남편에게 양복과 구두를 해주었는데

남편은 내가 빌리는 웨딩드레스도,

친구가 직접 만들어준 웨딩드레스도 어느 것도 해주지 않았다.

당시의 남편 변명은...

'내가 직접 가서 고른것도 아닌데 뭐'

혹은

'내가 주문해서 만든 드레스도 아닌데 내가 사줘야해?' 였다.

 

 

너무 너무 서운했지만 나는 애써..

그냥 참았다. 그래. 자기가 주는건 본인이 골라서 주고싶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시부모님이 주시는 가방... 그래, 가방을 받으니까 그 것 대신으로 생각해야지...

 

 

 

그런데 이상하다.

서로가 생일 선물로라도 서로에게 사랑의 증표와 마음으로

선물을 주는 것 아닌가?

 

 

문득 모파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떠올랐다.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 장식을 산 남편

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줄을 산 아내

 

그 남편의 시부모가 대신 목걸이를 사주었었다고 한들 그것이 남편의 마음이라고 보기에는-

크리스마스에 마음을 전했다고 보기에는 힘든 것 처럼.

 

내가 서운하고 이상한 감정이 드는 것은 절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받았기 때문에 나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하는 부부로서의 그림은 모파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의 부부같은 것이었다.

부족하고 가난해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나의 폭포처럼 떨어지는 아름다운 머리와 오랫동안 간직한 소중한 물건을 희생해도 기쁘게 무언가 줄 수 있는 관계를 늘 바라왔다.

 

 

애써 참아왔던 것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득해야하나 수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 그만 벗어날 때가 된 것이지.

 

 

나를 이해해주는 세계로 가고말테다.

Posted by 진배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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