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을 하년서 이혼을 생각하는 또래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 주변에도 나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나만 이렇게 힘들고 불행한가- 라는 우울한 생각에 도달하여)
그만두었다.

일상적인 날이었다. 아니 일상적인 것보다는 조금 특별한 일상적인 날.
어머니의 생신이어서 집에 초대를 드렸다. 남편이 미역국과 각종 요리를 했고, 정말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산책을 했고, 그렇게 잔잔하니 즐거운 대화가 연속되었던 하루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남편은 기분이 저조해졌다.
이제는 일상이 된, 갑작스레 기분이 다운되고 작은 일에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기도하는(본인은 절대 화를 낸 게 아니라 ‘약간’ 언성이 높게 들렸을 뿐이라 말하는) 남편을 보며 내가 현재 작은 일에도 움찔, 말을 조심하게 되고 눈치를 보게되는 나 자신을 보게된다.
그리고 먼저 잠든 남편 옆에 누워 어디에서부터 이 관계가 잘못되었던 걸까 생각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리즈가 이혼을 고민하며 잠 못이루고 일어나 하늘의 이름 모를 신께 기도를 하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너무나 슬프게도 그게 나 같았다.
새벽 두시 반이 넘는 지금은 추석연휴가 막 시작하는 날이다. 몇시간 뒤면 우린 일어나 시댁에 갈 것이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고 어디에서부터 이런 상황과 하루도 마음 편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지 고민했다.
신혼집은 익숙해졌지만 부모님집이 더 편하고, 엄마와 단 둘이 대화하고 함께 있을 때 더 사람같의 대화같고 마음이 놓이고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실이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가장 가까워야할 사람과 나는 가까이서 대화하고 공감하고 새로운 지식과 즐거운 것들에 신나하지 못한다. 남편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투 콘텐츠를 소비하며 내게 보여준다. 같이 웃고 재미는 있지만 내가 원한 건 이런 휘발성의 잠깐의 행복 따위가 아니었는데.

진정한 가족인 엄마 아빠와 있을 때와 달리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나는 늘 긴장하고 그의 의중과 분위기를 살피고 기분이 좋다가도 말을 자칫 알아듣지 못해 기분상해하는 상황이 오는 것을 늘 두려워하고있었다.
먼저 잠든 남편 옆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집어 거실로 나오려다 실수로 테이블에 올려진 그의 안경을 떨어트리니 대번 짜증을 내고 돌아누워 깨어 핸드폰을 하더라.

오늘은 엄마의 생신상을 함께 먹고 기분좋게 집에 들어왔는데,
힘들어요? 라는 물음에 당연히 피곤하지 피곤하다고 했지않느냐 대뜸 수고했다는 말도 안해주었다며 짜증을 내는 남편을 보며
난 당황과 어쩔 줄 몰라했다가 나중에는 화가 마구 났다.

난 남편을 나무란 적이 없는데 남편에게 그런 기분상하는 소리를 들어야할 건 없었을 것 같은데.
화내는 사람에게 그래도 고생했어, 수고했어 라는 말은 본인 엄마나 가능하다는걸 나이 삼십줄이 넘어서도 모르는걸까. 화내는 사람에게 좋은 말이 나오지 못하는 건 부처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은 모두 그럴텐데 나이차 얼마 나지도 않는 상대가 그런 현인이기를 바라는 건가. 기가 막혔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싸움을 지속하지 않는다. 입을 닫았고,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말 하마다 섞지 않았다.

남편에게 고마웠던 하루가 이렇게 끝나버렸다는 것에 속상했다.
고마운 일을 했다고 해서
그 훈장이 상대방에게 막 대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되어주진 못하지 않나.

남편은 본인이 장모에게 생일상 차려준 공을 인정받지도 못했다고 기분이 상한 듯 한데 이럴 때엔 어떡해야하나.

크게 보아 남편은 늘 이런 식으로 본인의 공을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에 목을 맨다. 그리고 칭찬은 의무적이다. 하지 않으면 싸우는 요인이 된다.
작은 것에 예민하니 자주 다투게 되고, 앞 뒤 말도 안되는 논리로 갖다 붙이는 남편의 화법은 나를 점점 화나게하여 싸움은 몸싸움으로도 번진 적이 있다.
남편이 무력으로 날 때린 적도 있다. 베개로 때렸지만 그때 난 충격으로 머리가 멍할 정도였고 담이 왔다.

돌이켜보면 유튜브에서 말했듯 내가 참고 내가 예쁘게 말하고 내가 브레이크를 잘 잡으면 우리가 다툴 일은 적어질 지 모른다.
그런데 왜 나만 그래야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거지.
결혼은 남편이 먼저 원했고 식은 서로의 합의해 올렸는데
남편에게 그렇게 대단한 여자가 되어줄 의지도 그럴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 크다고 본다.
이렇다할 직장도 없고 집안이 대단한것도 아니다.
내가 보고 결혼한 것은 그의 좋은 성격과 시부모님이었는데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만서도 매일을 사는 남편이란 사람의 성격은 내가 잘못 본것이 맞다. 정확히는 그가 날 속였다는 생각도 한다. 연애때와는 전혀 달라졌기에.


그래서 많이 지쳐간다.

처음으로 이혼 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았다.
유튜브에 이혼으로 치닫는 네 가지 요소 라는 영상을 차례차례 보며 반성도 하고 여자가 잘해야한다는 얘기에 반론을 하고싶어지기도, 맥이 빠져 해야할 말이 생각나지 않기도 하더라.

김미경 멘토가 들려주는 이혼에 대한 이야기에 약간 희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그 기분으로 일단 오늘 밤은 마무리 하려고한다.

내가 이 결혼을 한 이유는 앞서 말했지만 딱 두 가지였다.

남자의 성격과 좋은 시부모님.
결혼 직전 남편과의 미래가 고민되었을 때
시어머님과 남편이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 모르지만 너무 존경스럽기까지 한 어머님을 보고
남편이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결혼했건만
열어놓고 보니 남편은 예민함과 약한 심정을 어머님을 닮고 성격은 시아버님을 빼다 박았더라. 어머님과 별거하다시피 하는 아버님과....

절망적이었는데 그래도 잘해줄 때 너무 잘해주는 남편을 보며 위로하기를 수 달, 이제는 점점 지쳐간다.

내일 일어나면 잘 달래주며 내가 요구하는 당신의 변화를 말해야겠다.
그 마저도 하지 않는다면...나는 추석때 시댁이고 뭐고 당신과 꿈꾸는 미래를 다시한 번 생각해볼지도 모른다

좋은 생각 희망과 에너지를 머금고서 내일 부드러운 아내가 되어야지.
부디 내가 결혼한 남자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기를 기대하며 이만 마친다

새벽 3시5분, 김미경 멘토님 영상 다시 보고 잠들어야지.

Posted by 진배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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