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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16 아이유, 제제 논란에 대한 생각

아이유과 그녀의 미니앨범에 실린 곡 Zeze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벅스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다가 며칠 내내 그녀의 곡이 실시간 상위에 떠있어 전체를 들어보았다.
전체적으로 다 좋은 음원가운데 Zeze가 유독 귀를 끌었는데, 나쁜 남자처럼 유혹적인 사운드와 더불어 약간은 민감하게 느꼈던 가사 때문이다.


논쟁에서 어느 쪽을 옹호하느냐에 앞서 나는 아이유의 이번 앨범의 영감이 각종 동화와 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가사를 들으며 비로소 제제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에서 따온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미묘하게 섹시한 느낌의 '나쁜남자'처럼 묘사된 가사의 주인공과 우리가 책으로 읽었던 제제 사이에는 조금 커다란 공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밍기뉴가 누구(뭐)였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라 잠시 기억을 되새기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이유가 모티프를 받아온 인물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이며 너무 어렸고 사랑받지 못해 슬픈 아이였기 때문에 이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고 생각한다.
만약 제제가 스무살이 된 시점이라 묘사했거나 -물론 그렇게 큰 뒤라면 제제는 밍기뉴와 대화를 나누지 못할 어른이 되어버리거나 왠지... 망나니가 되어있을 것 같은 개인적인 상상이 더 크지만- 충분히 자발적으로 성적인 어떤 행동들이 이상하지 않은 배경장치가 있었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내 말은, 어린 제제가 가진 그 못된 꼬마 악마같은 기질만 차용해 어떤 어른 남자에 대입했다면 충분히 이해가능했을 텐데 그 일반 제3의 인물로 보기엔 미묘하게 그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않는 중의성을 띈 것이 위험해싸고 본다.

논쟁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가 여러 작가와 출판사와 평론가들이 섞여 말하는 것을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니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아주 근거 없는 것이었기에 아이유가 피할 길이 없었겠노라 생각이 들더라. 게다가 인터뷰를 조금만 더 신중하게 했었더라면.

0. 어린 제제가 없이는 밍기뉴가 있을 수 없다.
아이유는 본인을 밍기뉴에 비유했다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결국 문제는 원작에 나오는 제제는 5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2,3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제의 성장한 스토리를 담은 그 다음 소설도 있다. 하지만 두 소설 모두 밍기뉴와는 작별을 고한 때이기 때문에 밍기뉴를 가지고 나온다면 '어릴 적의' 제제가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단순히 나쁜 남자같은 제제 + 밍기뉴를 잘라붙여넣기 식으로 간단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1. 섹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이유가 제제의 이중적인 '성질'을 가지고 이와 같이 표현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표현하는 바가 전적으로 제제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유가 논란이 되는 초기 인터뷰에서 제제가 제3의 인물을 표현했다 분명히 했다면 문제화되지 않았겠지만 이런 해명은 이제와서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는 듯 하다. 아이유 본인도 이 부분을 해명의 가장 윗단에서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때문에 '섹시한'이라는 표현은 아주 조심했어야한다고 본다. 매력적이라는 표현으로 섹시를 많이 들고나오는 요즘이지만 그 둘이 같은 것은 아니고 대중이 논란의 주인공이이 어린아이라고 생각한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이라 본다.

2. 5 vs 23
가사가 분명 자극적이었다. 아이유가 아무리 밍기뉴가 되어 제제와 동등한 시선의 위치에서 쓴 것이라 말해도 아이유 본인은 실제로는 섹슈얼한 이미지를 품은 성인이기 때문이기에.
3. 어정쩡한 화자 설정
음악의 주인공이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누군가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단이 나지 않았나. 제제와 상상의 인물 사이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중의적이고 싶었던 것 같다.
인터뷰에서 아이유가 제제를 성인이 되었을 때를 상상했던 것이라던가 하는 언급이 없었기에 아동성범죄 운운하는 비판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는 앨범 자켓을 들어 이미 다 큰 아이이지 않느냐고 하던데 그것은 너무 감싸기 위한 옹호인것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유가 정확하게 이 5살 꼬마아이를 분명히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 것인지 조차 의문이다. 
4. 결론
결국 제제가 다 큰 제3의 인물이었다는 것을 애초에 분명히했다면 다 해결될 일이었지 않았을까.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느낀 불편함의 출구로 주인공을 제제와 '닮은' 어떤 나쁜 남자 정도로 설정해 놓고 들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며 가사를 더욱 자세히 들리다보니 점점 음악 자체로는 즐길 수 없게되었다.
아래 있는 ize의 글 일부가 참 와닿으며, 그 외 다른 해석과 내용도 이성적으로 잘 적은 것 같아 첨부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 작사 작곡을 한 이번 앨범을 통해 아이유를 다시 보게되었으며 앞으로를 응원하고있다. 이번 논란과는 별개로 앨범 전체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가져와 당돌한 이야기로 덤벼드는 그 용기에서 박수를 보내고싶을 정도이다. 적어도 똑같은 섹슈얼 논란에 서있더라도 인형처럼 엉덩이 흔드는 아이돌로서보다는 어깨에 짐을 짊어지는 작가로서의 위치가 더욱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어려 앞으로 음악할 날이 많으니 이번 일을 교훈삼아 더욱 성장하는 가수 되길.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5111214217282368


2. 애초에 해석과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제제를 어떻게 다루든 문제없는 것 아닌가.

제제의 동의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제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제제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대해 표범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지만, 그 유비 관계가 적절하고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표범뿐 아닌 누구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아이유가 대중의 시선 속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왜 제제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유추가 가능하다. 제제는 천진한 아이지만 또한 동녘 출판사의 소설 완역판에서 옮긴이도 인정한 것처럼 제제에겐 “작은 악마의 기질”이 있다. 그의 천진함과 악마성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은 정숙하고도 유혹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던 아이유의 그것과 흡사하다. 밍기뉴는 결국 제제의 상상의 친구, 즉 또 다른 자아라는 점에서 밍기뉴를 통해 제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아이유라는 캐릭터를 아이유가 시침 떼고 노래하기에 좋은 장치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소설 속 제제는 가난함과 가족들의 폭력 및 몰이해에 상처 받고 사랑에 굶주린 다섯 살 아이다.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아이가 원하는 사랑과 능동적인 성적 욕망은 같지도 비슷하지도 않으며 비교되는 것부터 문제다. 앞서 말한 몇 가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은유를 위한 대상으로서 제제는 결코 이 노래의 테마와 어울리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이것은 실패한 은유다. 파격적일지는 모르지만 대상에 대한 섬세한 결은 놓쳤다. 그리고 때로 어떤 대상에 대해선 얄팍하게 다뤘다는 것 자체가 윤리적인 불성실함이 되기도 한다. 대상을 새로운 의미로 활용하는 건 표현의 자유 영역이지만, 그 활용을 위해 그 대상의 나이와 상처 같은 문제들을 허투루 다루는 건 윤리적 책임의 영역이다. ‘Zeze’는 윤리적으로 불편한 작품이 맞다.

- 출처 : ize '아이유의 잘못, 평론가의 불성실, 대중의 선택', 위근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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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배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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